장대비가 내리던 지난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튼튼병원. 척추ㆍ관절질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 병원 지하 1층 접수실은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환자들은 서로를 잘 아는지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척추 수술을 받았다는 서 모씨(남ㆍ70세)는 "나이가 들면서 허리뿐 아니라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발목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이 모씨(64ㆍ남)는 "비슷한 연배 중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신성찬 튼튼병원 원장은 "환자 중 상당수가 노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올해 3월 개원한 신생 병원이다. 이곳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경동사거리의 연세바른병원과 인근 안암오거리의 날개병원도 올해 새로 문을 열었다. 이 두 병원도 관절ㆍ척추전문이다. 동대문구에서는 올해 병원급 병원(30병상 이상 중형 병원)이 5곳 개원했는데 이 중 3곳이 관절ㆍ척추병원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진료과목 판도가 바뀌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 환자가 덩달아 늘다 보니 척추ㆍ관절을 비롯해 백내장,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 질환을 다루는 병의원도 크게 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척추ㆍ인공관절ㆍ고관절 수술을 연간 30건 이상 진행한 30병상 이상 병원급 병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0회 이상 척추 수술을 시행한 병원은 지난해 235곳으로 2006년(150개)에 비해 57%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병원급 병원의 평균 증가율(21.7%)보다 2.5배 이상 높다.
지역별로는 경남(120%) 서울(93%) 부산(85%) 등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고관절(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 전문병원은 같은 기간 24곳(증가율 141%) 늘었다. 인공관절 수술 전문병원은 통계가 처음 잡히기 시작한 2008년 107개에서 2010년 161개로 증가했다.
서울 동대문구 사례는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동대문구에는 지하철 1호선을 따라 서울성심병원, 삼육서울병원, 시립동부병원, 성바오로병원, 경희대병원 등 대형병원 5곳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이들 대형병원 사이에 튼튼병원, 연세바른병원, 날개병원 등 척추ㆍ관절 전문병원이 잇달아 설립됐다. 기존 대형병원에서 척추ㆍ관절 치료가 가능한 데도 고령화에 따라 관련 환자가 늘자 새롭게 전문병원이 들어선 것이다.
정형외과도 급증세다.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병원급 병원 이상은 모두 21곳인데 절반이 넘는 11곳이 정형외과 전문이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나누리병원ㆍ힘찬병원 2곳과 종합병원인 부민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동작ㆍ영등포ㆍ송파ㆍ금천ㆍ강북구에서도 각각 신설 병원급 병원 2곳 중 한 곳이 정형외과 전문이다.
동대문구에 있는 선승덕 선정형외과 원장은 "수술 환자 4명 중 3명은 60~70대 어르신들이고 50대 이하는 25%에 불과하다"면서 "예전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출산율이 낮아지고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면서 산부인과와 소아ㆍ청소년과는 줄어들고 있다.
동네 의원급 산부인과는 5년 동안 328개가 줄어든 1568개였고 소아ㆍ청소년과는 51곳(2.3%)이 감소했다.
전국적인 통계를 보면 관절ㆍ백내장ㆍ허리골절ㆍ치매 등 노인성 질환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들 질환 치료를 위해 지급된 요양급여비용(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과 약국에 지불하는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관절 환자는 지난해 293만명으로 2006년에 비해 20% 증가했다. 이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은 지난해 9263억원으로 같은 기간 89.3% 급증했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 환자와 치료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환자 수(입원 환자 기준)는 지난해 3만1977명으로 2006년에 비해 237%나 늘었고,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불한 노인성 치매 진료비는 지난해 2991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허리골절 및 탈구 염좌(요양급여비용 67.5% 증가), 백내장(45.6%), 당뇨병(43.4%)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남상민 분당백병원 안과 교수는 "요즘 백내장 환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노인분들"이라며 "백내장은 세포에 누적된 손상 때문에 발생하므로 큰 위험인자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효 기자 / 이상훈 기자]